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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미다웍스의 시선으로
생각을 나누다.
MIDA
BRUNCH
도전의 순간마다 남겨온 생각의 조각들, 그 안에 미다웍스의 방향과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 간단해 보이는 것일수록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 기능의 착시 -
  • 2026.10.26

우리는 무언가를 보면서

 

쉽고 간단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잘 정돈된 공간,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한눈에 이해되는 안내문.

 

 

 

복잡하지 않아서 좋고,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어서 편안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간단해 보이는 것일수록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쉽게 이해되었다면

 

 

 

그 사람이 별다른 고민 없이

이야기했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말을 덜어내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순서로

다시 구성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잘 만들어진 무언가가

 

 

 

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안에 어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려움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넘기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런 순간을 자주 만납니다.

 

 

 

"여기에 버튼 하나만 추가하면 되지 않나요?"

 

 

 

"이 정보만 자동으로 나오게 해주세요."

 

 

 

"클릭 한 번으로 처리되면 좋겠어요."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요청입니다.

 

 

 

지금 여러 번 해야 하는 일을

한 번에 처리하고 싶은 것이고,

 

 

 

매번 확인해야 하는 정보를

자동으로 보고 싶은 것입니다.

 

 

 

문제는 그 간단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지가

화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승인'이라는 버튼 하나를

만든다고 생각해 봅니다.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버튼을 누르면 끝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시스템은

 

 

 

그 순간 여러 가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누가 승인할 수 있는지,

 

이미 승인된 건은 아닌지,

 

승인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조건은 없는지,

 

잘못 승인했을 때 되돌릴 수 있는지,

 

승인 이후에는 어떤 업무가 이어지는지.

 

 

 

버튼은 하나지만

 

그 버튼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여러 상황에 대한 답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기능이

 

반드시 복잡한 것은 아닙니다.

 

 

 

정말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다만 겉으로 보이는 크기만으로

그 안에 필요한 일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화면 하나를 만드는 데

 

며칠이 걸릴 수도 있고,

 

 

 

여러 화면을 수정하는 일이

오히려 짧은 시간에 끝날 수도 있습니다.

 

 

 

보이는 양과 필요한 노력은

언제나 비례하지 않습니다.

 

 

 

특히 업무를 단순하게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합니다.

 

원래 다섯 단계로 처리하던 일을

 

 

한 단계로 줄이려면

 

 

 

나머지 네 단계가

정말 필요 없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하던 판단을

시스템이 대신해야 하는 것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없애도 되는 과정은 줄이고,

 

반드시 필요한 판단은 남기고,

 

 

 

사람이 기억하던 규칙은

시스템 안으로 옮겨야 합니다.

 

 

 

사용자의 일이 간단해질수록

 

 

그 뒤에서 시스템이 해야 할 일은

오히려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복잡한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종종 쉽게 해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 뒤에는

 

 

 

수없이 반복한 경험과,

 

실수를 통해 배운 판단과,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보는 감각이

쌓여 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한참 걸리는 일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몇 분 만에 끝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 일의 가치가

몇 분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결과를 보고

그 과정까지 짐작하곤 합니다.

 

 

 

결과가 단순하면

과정도 단순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과가 복잡하면

그만큼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은 결과는 때로

얼마나 많은 것을 더했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복잡함을

보이지 않게 정리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물론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좋은 시스템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불필요한 절차와 기능을 늘려놓고

그것을 개발의 어려움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많은 일을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이

불필요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무엇을 고민하고 해결했는가입니다.

 

잘 만들어진 시스템은

 

사용자가 모든 과정을 알 필요가 없습니다.

 

 

 

복잡한 규칙을 기억하지 않아도 되고,

 

매번 같은 정보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며,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것만 보이고,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으면 됩니다.

 

그 단순함이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결과일 것입니다.

 

 

 

살다 보면

 

누군가의 배려가 너무 자연스러워

 

 

그 수고를 알아채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미리 준비해 둔 덕분에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해결해 둔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편안함은 때때로

 

 

누군가의 수고가 보이지 않을 때

완성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단해 보이는 것을

가볍게 판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고,

 

 

 

짧은 동작 하나에도

많은 판단이 담겨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만드는 사람도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들인 노력을

사용자가 모두 알아주기를 기대하기보다

 

 

 

그 노력이 사용자의 편리함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진짜 단순함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복잡한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필요 없는 것을 덜어내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겼을 때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잘 만들어진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우리가 느끼는 '참 간단하다'는 감탄은, 

어쩌면 그 안에 담긴 수많은 고민이 제 역할을 다했다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출처 : 브런치,[by 박민정] – [간단해 보이는 것일수록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원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