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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우리는 늘 일정을 이야기합니다.
“두 달 정도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는 오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의 일정은
언제나 꽤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할 일도 정리되어 있고,
기능도 정해져 있고,
방향도 명확해 보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프로젝트는 자주 늦어집니다.
조금씩 밀리고,
하나씩 예상이 달라지고,
처음의 일정은
어느 순간 다시 조정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문제처럼 느껴집니다.
개발이 늦어진 것 같고,
의사결정이 느린 것 같고,
중간에 일이 꼬인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프로젝트를 지나고 나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프로젝트가 늦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일이 느려서라기보다
생각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시간이
훨씬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시스템 개발은
정해진 부품을 조립하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의 업무를 이해하고,
흐름을 정리하고,
현실의 문제를 구조 안에 담아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만들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 경우는 어떻게 처리하지?”
“실제 운영에서는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 기능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작아 보였던 질문들이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그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일정이 달라집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종종
‘만드는 시간’만 계산합니다.
하지만 실제 프로젝트에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이해하는 시간,
설명하는 시간,
방향을 맞추는 시간,
수정하고 다시 확인하는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같은 방향으로 맞춰가는 시간.
현장에서 자주 느끼는 것은
이 부분입니다.
프로젝트를 늦추는 것은
일 자체보다
사람 사이의 간격인 경우가 더 많다는 점.
같은 기능을 이야기하면서도
생각하는 결과가 다르고,
같은 일정을 보면서도
기대하는 속도가 다릅니다.
그 차이를 맞춰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현실입니다.
프로젝트는
프로젝트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운영도 해야 하고,
회의도 해야 하고,
중간에 새로운 일들도 계속 생깁니다.
그래서 처음 계획했던 흐름은
현실 속에서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꾸
처음의 일정을 기준으로
현재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늦어질 때마다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프로젝트가 늦어졌다는 것은
어쩌면 일이 멈췄다는 의미라기보다
현실에 맞게
조금씩 조정되고 있다는 의미에
더 가까운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무조건 늦어지는 것이 괜찮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시간은 중요하고,
약속도 중요합니다.
다만 프로젝트의 일정은
생각보다 많은 변수와
사람의 이해 속에서 움직인다는 점.
그 사실은
조금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시스템을 기반으로
사업을 준비하거나,
서비스 오픈 시점을 기준으로
마케팅 계획과 운영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는 종종
개발 일정을 기준으로
사업 일정을 계산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개발 완료와
운영 안정화 사이에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테스트를 거치고,
실제 사용이 시작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수정 사항들이
하나씩 발견되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조금씩 자리를 잡아갑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일정은
단순히 만드는 기간만이 아니라
이해하고,
조율하고,
안정화하는 시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프로젝트가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음부터
충분히 계산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경험이 쌓인 분들은
일정을 이야기할 때도
조금의 여유를 남겨두고,
사업 계획을 세울 때도
안정화 기간을 함께 고려합니다.
현실은
언제나 계획보다 복잡하고,
사람이 만드는 일은
예상보다 많은 대화와 조율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좋은 프로젝트는
한 번도 일정이 흔들리지 않았던 프로젝트가 아니라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방향을 잃지 않았던 프로젝트에
더 가까운지도 모릅니다.
돌이켜 보면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은
빠른 속도만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시간까지도
함께 감당할 준비였는지도 모릅니다.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 현실과 맞춰져 가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출처 : 브런치,[by 박민정] – [프로젝트는 왜 항상 예상보다 늦어질까] [원문 링크]